다시 또 메이저 인C의 시기이다. 살면서 두 번째다.
컴퓨터 메모리 관리에서 GC(garbage collection)라 하면 안 쓰는, 앞으로 안 쓸 메모리를 회수하는 과정이다. 최근에 잠깐 사용하던 메모리를 회수하는 걸 마이너 GC, 오래 사용하던 메모리를 회수하는 걸 메이저 GC라고 한다. 마이너 GC는 금방 끝나기 때문에 수시로 수행하는 반면, 메이저 GC는 오래 걸리기 때문에 참고 참다가 가끔씩 수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예전 블로그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인간관계에서도 비슷한 인C(인간관계 collection)가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연락하지 않을 것 같은 인간관계를 회수하는 과정이다.
*blog.kkeun.net/thinking/2022-02-03-bye
20대에 해외에서 몇 년 지낸 적이 있다.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는데 이게 죽은 사람과 산 사람 사이 뿐 아니라 산 사람 사이에도 통하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중학교 시절 만나던 친구 무리, 고등학교 시절 만나던 친구 무리에서 나만 빠져나왔다. 나를 제외한 친구들은 그들만의 새로운 추억을 쌓아 갔고, 난 더 이상 그 무리의 구성원이 아니었다. 그 와중에 꾸준히 연락이 닿았던 극소수의 친구들과는 연을 이어 나갔지만 그밖의 친구들은 앞으로 연락하지 않을 것 같은 관계가 되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어렸을 때라 새로운 인연들을 보다 쉽게 만날 수 있던 것이었다.
한참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또 어쩌다 해외에 머물고 있다. 그 사이 새로운 친구가 조금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인간관계에 있어서 완벽한 데자뷰가 진행되고 있다. 나이대가 달라서 양상은 조금 다르지만 결과는 거의 비슷하다. 또 기존의 지인들과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가 쉽지 않게 됐다. 내가 끼어 있던 단톡방에선 다들 새로운 추억을 쌓고 있다. 가까운 곳에 여행을 함께 한다던가, 맛있는 걸 함께 먹는다던가. 단톡방에 계속 있자니 소외되는 느낌은 커지는데, 나오자니 내가 나 빼고 노는 게 화가난 것도 아닌데 괜히 눈치도 보이고, 난감하다.
또, 그나마 다행인 건 예전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연락이 닿는 극소수의 친구들이 남아 있다.
인간관계가 멀어지는, 즉, "이 사람과는 앞으로 연락을 안 할 것 같다"고 느끼게 되는 이유는 수 만 가지다. (내 인간관계가 수 만 명에 다다르지 않으므로 그냥 과장이다.) 그 중 가장 본질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두 경우를 꼽는다면,
이렇게 있을 수 있겠다. 한쪽 입장만 적었지만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나는 정량적인 현상이고 하나는 정성적인 느낌이다. 재미나게도 보통 두 경우가 함께 일어난다. 딱히 잘못된 건 없다. 어떤 이유로든 관심이 가지 않으면 연락도 않는 것이 자연스럽다. 당연히 나도 관심이 가지 않는 사람에게는 자주 연락하지 않는다.
뻘글은 대충 마무리하고 잠이나 자야겠다. 또 주말이라 좋다. 😴
2022-04-08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