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마라톤 2025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내가 이 비루한 몸뚱아리를 가지고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2020년 6월 달리기를 시작하고 5년 반 만에 말이다.


미친.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는지 싶다. 다른 한편으론 동네 달리기 모임 선배들 도움으로 나름 준비를 착실히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대회 때에 기록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내 목표는 어떤 기록이 아니라 완주였다. 중간에 급수할 때마다 다리를 잘 풀어 주었고, 초코파이와 바나나를 먹을 땐 앉아서 쉬기도 했다. 계획했던 페이스로 달려 예상했던 시간에 골인 지점을 통과했다.

끝나고 메달을 받은 후에야 다리에 쥐가 나서 쓰러졌다. 혼자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풀지도 못하고 아파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지나가던 분이 도와주어 다리는 진정되었다. 이건 내 계획에 없었다. 😂


대회 두 달 반 전부터 금주를 했다. 별다른 훈련 없이 마라톤 완주 확률을 높이기 위해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잔머리를 굴린 끝에 나온 계획이었는데 아주 효과적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소주 반 병에 취해버리는 알쓰가 됐다. 😝


달리기는 신비한 매력이 있다. 나 혼자만의 싸움 같다가도, 동네 달리기 모임과 함께 할 때, 대회에서 응원을 받으며 하이파이브를 할 때엔 다른이들로부터 알 수 없는 기운을 받는다. 달리면서 몇 번이나 울컥 했는지 모른다.

다음엔 어떤 일이 생길까?

kklip data

2025-10-30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