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두 개의 노트북이 있다. 하나는 회사 일을 할 때 쓰는 맥북이고, 다른 하나는 나의 첫 해외 직구, 나의 소중한 델 인스피론 13-5378이다. 이름은 lled, 델을 뒤집은. 이름 짓기 은근 귀찮다.
blog.kkeun.net/computer/2020-05-16-my-computers
그러니까 하나는 맥OS이고 하나는 윈도우다. 취미로 끈닷넷을 가지고 놀기 때문에 어떻게는 서버에 접근할 수 있기만 하면 됐다. 나는 오늘까지 아래의 조합을 썼었다.
ConEmu + Cygwin/X + (ssh from Cygwin to) WSL1/Ubuntu 18.04
ConEmu: 윈도우에는 지금까지 그럴싸한 터미널이 없었다. 정확히 표현하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그럴싸한, 탭이 있는 터미널이 없었다. 사실 탭만 있으면 됐는데 없었다. Cygwin 기본 터미널도 탭 없고, 모두가 사랑하는 Putty에도 탭이 없다. 그래서 선택된 것이 ConEmu였다.
Cygwin에서부터 WSL에 ssh로 접근하며 잘 사용해왔다. 이게 X11을 사용하는 쉬운 방법이어서 이렇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시간은 많이 흘렀고 세상은 바뀌었다. 나의 새 조합은, 두둥!
Windows Terminal + VcXsrv + WSL2/Ubuntu 20.04
윈도우터미널. 개인적으로 이런 이름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너무 뭐랄까, 우리 집에 있는 강아지 이름을 "우리집강아지"라고 지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작년인가 몇 달 전인가에 봤을 때만 해도 Windows Insider Program에 참가해야만 쓸 수 있는 물건이었는데 이제는 베타 테스트가 끝났는지 누구나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서 받을 수 있다. 설치해 보니 매우 잘 된다. 심지어 소스코드도 공개되어 있다. 😍
github.com/microsoft/terminal
미안하지만 ConEmu와는 작별 인사를 해야겠다. 그동안 고마웠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
설명이 잘 되어 있는 것 같아서 링크를...
www.howtogeek.com/673729/heres-why-the-new-windows-10-terminal-is-amazing/
이건 딱히 선호가 없다. 그냥 이제 Cygwin의 의존성에서 벗어나게 됐으니 X11 서버도 함께 바꾼 것 뿐이다.
ssh를 안 쓰고 X11을 쓰려니 방화벽에 막혀 여기저기서 시간을 쓰기는 했지만 확실히 바로 접근하니 왠지 기분이 다르다. ㅋㅋㅋ 좋다는 뜻이다.
미안하지만 구체적으로 뭐가 바뀌었는지는 잘 모른다. ㅎㅎㅎ 제목을 보고 낚였다면 더 미안하다. 이따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한 번 자세히 읽어 봐야지. 😉
docs.microsoft.com/en-us/windows/wsl/compare-versions
어제 WSL1에서 WSL2로 업그레이드 할 때도 메모리가 꽉 차서 버벅거렸다. 이 노트북은 메모리를 8기가 가지고 있다. CPU i7-7500U (코어2/쓰레드4)가 그리 강하지 않아 메모리가 병목이 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라 믿고 있었고, 실제로도 지난 3년 간 메모리가 이렇게 꽉 차서 버벅거린 적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 또 우분투 업그레이드 할 때 보니 메모리가 부족하다.
역시 메모리 8기가짜리 하나 더 사야 되는 걸까? 뽐뿌가 온다. 🤑 인터넷 찾아 보니 8기가 메모리는 5만원 정도 한다. 살까 말까 살까 말까. 하루만 더 생각해 보자. 사실 메모리를 꽉 채워 쓰는 이벤트가 상당히 드물게 있는지라 5만원을 써도 그 만큼의 효과를 얻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고민이 된다.
맥OS에서는 리눅스를 쓸 수 있다며(?), 그래서 윈도우가 아니라 맥OS를 선택했다고 주장하는 친구들에게 항상 해 왔던 말이다. ㅎㅎㅎ 이젠 말을 좀 바꾸겠다. 진짜 리눅스를 쓰고 싶으면 맥OS보다는 차라리 윈도우를 쓰는 것이 맞다. WSL의 성능은, 글쎄 내가 무거운 걸 안 해 봐서 솔직히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스스로에게 비슷한 의문은 남는다.
"그럴거면 왜 윈도우를 쓰냐 리눅스를 깔아서 쓰지."
나의 취미 코딩은 리눅스에서 하는 것이 99%인데 왜 나는 윈도우 머신을 샀는가? 아니 왜 노트북에 리눅스를 직접 깔지 않고 위와 같은 (재미난) 삽질을 계속 하는가? 여기는 나의 변명이다.
리눅스에서 하드웨어 지원이 보장되는 "리눅스용 노트북"은 우리나라에선 안 판다. 내 아무리 해외 직구를 했다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물건을 살 수는 없었다.
그래서 결국 윈도우 가격이 15만원 포함되었을 노트북을 샀다. 리눅스가 대단한 문제 없이 잘 깔린다 쳐도, 15만원을 버리고 리눅스를 쓰기엔 뭔가 손해 보는 기분이다. 그냥 기분이 그렇다. (그리고 심지어 이미 리눅스는 깔려 있다. 😐)
WSL을 쓴지 2년 정도 되어 가는 듯하다. 점점 이게 정말 잘 돈다. 초반에 WSL이 공개되어 시도했을 때에는 안 되는 것들이 툭하면 튀어나왔었다. 근데 요즘은 안 그렇다. 다 잘 된다고는 장담 못해도 나는 잘 안 되는 걸 경험하지 못했다.
물론 윈도우는 리눅스가 아니다. 강한 성능을 필요로 한다면, 그리고 리눅스를 써야 한다면, 리눅스를 직접 깔아서 쓰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냥 가벼운 취미 코딩이 하고 싶은 것이고, 이미 윈도우가 있다면 그럴 필요는 없다.
글을 쓰는 동안 우분투 20.04로의 업그레이드가 완성됐다. 나이스!
맥OS는 자기가 업그레이드 하고 자기가 혼란을 겪고 죽는다.
kkwon.net/2020/11/29/빅서게이트와-애플에-대한-단상/
윈도우는 자기 안에 다른 OS를 지원하는 것도 모자라 업그레이드까지 아무 문제 없다. 굳이 두 회사를 비교할 필요는 없지만 OS만드는 대표 회사들이라 비교를 안 할 수는 없다. 꼭 애플이 안 좋다는 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대단한 거지.
스타크래프트하는 유튜버 김성현(알파고)님이 처절하게 패배하고 좌절하는 상대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아냐, 너는 충분히 잘 했어. 근데 상대가 나잖아."
2020-12-18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