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의 여행을 떠나 보자. 문득 내가 썼던 컴퓨터들이 불현듯 떠올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사진이라도 좀 찍어 둘 걸 그랬나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삼성 286 컴퓨터가 집에 있었다. 검은색 바탕에 초록색 글씨가 나오던 모니터였다. 이건 사실 내 컴퓨터라기보다 아버지 컴퓨터가 맞다.
이제 와서 이야기 하자면 내가 천둥번개 치던 날에 OS를 새로 설치하다가 망가졌다. 망가진 이유가 천둥번개 때문인지 OS를 설치하던 중에 내가 강제 종료를 시켜서 인지 알 수 없다. (아버지한테 혼날까봐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있었다. 조만간 아버지 노트북 바꿔드려야겠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286 컴퓨터가 망가진 후 486 컴퓨터를 구매했다. 물론 아버지가. 빨간색 뉴텍 컴퓨터였다. 기본적으로 DOS를 사용했으나 윈도우3.1도 쓸 수 있었다. NBA95를 재미있게 했다. 흐음 갑자기 하고 싶네.
중고등학교 때: 언젠가 윈도우Me가 설치된 펜티엄 기종으로 바뀌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떤 컴퓨터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당시에는 컴퓨터에 별 관심이 없었다.
대학교 때: 조립식 컴퓨터를 100만원 정도에 하나 샀다. 나의 첫 데스크탑이었다. 키보드 스페이스키가 불량이라 사오자마자 다시 매장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있다. 엄청 더운 여름이었다. 윈도우XP를 썼고 아마도 시기상 펜티엄3가 아니었을까 싶다.
군대를 다녀 온 후: 조립식 컴퓨터를 컴퓨존에서 하나 샀다. 70만원 정도였지만 딱 가성비가 좋은 물건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컴퓨존에서 조립할 물건들을 선택하고 전문가에게 검사를 맡는 시스템이 있었는데 저렴한 가격에 잘 선택했다는 검사 결과를 받고 기분이 좋았다. 그 당시 나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부모님께서 사 주셨을 것이다.
친형이 새 노트북을 사면서 내게 자신이 쓰던 노트북을 주었다. 줍줍. 소니 바이오 제품이었는데 검색하니 같은 제품이 잘 안 나온다. 키보드가 상당히 괜찮았던 기억이 있다.
아버지가 쓰던 노트북이 너무 느리다고 하셔서 내가 쓰던 바이오랑 바꾸었다. 삼성 센스 P28이었다. 어차피 나는 노트북을 서버 단말기처럼 사용하고 있어서 (이건 거의 지금도 마찬가지) 본체의 느린 성능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동안 잘 쓰다가 어느 날부터인가 팬에서 너무 큰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팬을 고쳐볼 수 있을까 싶어 뜯었다. 내 생에 노트북을 뜯은 첫 실험 대상이었다. 팬 사이에 종이를 끼워 넣어 팬을 돌지 않게 했다. 하하. 이제 소리가 나지 않으니 괜찮겠지?! 팬을 따로 사서 교체할까 하다가 이 오래된 노트북에 돈을 넣는 건 아닌 거 같아서 관두었다.
쉽게 예상할 수 있겠지만 머지 않아 노트북은 눈을 뜨지 않았다. 😭
지인이 싸게 파는 델 인스피론 미니9를 샀다. 지인은 원래 해킨토시로 쓰고 있던 건데 내가 하루 만에 커널 패닉을 내고 우분투를 설치했다. 외부 모니터, 외부 키보드, 외부 마우스, 외부 컴퓨터(?)에 연결해서 사용했기에 제법 쓸 만 했다.
부모님 댁에서 쓸 내 컴퓨터가 없어서 싼 걸로 하나 사다 두었다. LG전자 22V240 일체형 PC이다. 50만원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성능은 어떤 것도 기대할 수 없다. SSD도 달려 있지 않다. 물론 사다가 달 수는 있지만 그러지 말기로 한다. 이메일 확인이나 유튜브 영상 재생엔 아무 문제 없다. 여전히 부모님 댁에 잘 있다.
조카가 어렸을 때에 Notepad++ 사용법을 알려 주고 있다. 미안해. 다음엔 이멕스를 알려 줄게.
마지막, 지금도 쓰고 있는 델 인스피론 13-5378이다. 리퍼비쉬 제품으로 싸게 구매했다. 나의 첫 해외 직구였다. 언젠가 커피를 쏟아서 터치패드에서 클릭이 안된다. 마우스 연결해서 쓰면 된다. 어차피 대부분 그렇게 쓰고 있다.
커피를 쏟자마자 재빨리 열어서 안쪽에 묻은 커피를 닦아냈다.
커피를 쏟은 이후 노트북이 오래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고맙게도 지난 2년 동안 잘 살아있다.
사실 내가 무슨 컴퓨터를 써 왔는지 아무도 안 궁금하겠지만 그냥 기록을 남겨 둔다. 😊
2020-05-16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