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새 키보드를 또 샀다.
blog.kkeun.net/computer/2020-05-16-new-keyboard
두 달 전에 산 키보드는 Matias Quiet Click 스위치를 달고 있었는데 이는 슈퍼 울트라 폐급 쓰레기였다. 약 한 달쯤 지났을 때 키 하나(탭)가 두 번씩 눌리더니, 두 달쯤 지나니 키 대여섯 개가 두 번씩 눌린다. 점점 더 높은 비율로. 하루에 100번 정도. 오늘은 결국 엔터키도 두 번 눌리더라.
쓰다가 너무 화딱지가 나서 샷건을 친 것도 여러 번이었다. 손이 너무 아팠다. 키보드는 안 망가지더라. 쓰레기인데 맷집은 센 것으로 보인다.
자꾸 오타가 나니 점점 타자 속도가 느려졌다. 하나 하나 보면서 치다가 오타가 나면 지우고 다시 써야 했기 때문이다. 그냥 글을 쓸 때만 두 번씩 눌리는 것이 아니었다. 코딩하며 단축키 누를 때에도 두 번씩 눌리니, 단축키를 취소하고 다시 처음부터 다시 쳐야 했다. 비밀번호를 칠 때엔 몇 번 눌렀는지 화면에 나오지 않으니 비밀번호가 맞을 때까지 심호흡하며 다시 칠 수 밖에 없었다. 컴퓨터를 20년 간 각잡고 쓰고 있지만 이런 쓰레기 키보드는 처음 본다. 심지어 이 쓰레기가 15만원이다. 만 오천원 짜리 키보드를 쓸 때에도 느낄 수 없는 감정이었다.
이번 일로 느낀 바가 많다.
나는 말도 못하는 무생물에게도 분노를 느끼는 그런 가여운 인간이었다. 그리고 굉장히 폭력적이다. 내가 샷건을 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이를 명심하고 살자.
잘 모르는 물건은 사지 말자. "요즘 키보드들 다 괜찮아" 같은 인터넷 리뷰도 믿지 말자. 15만원 짜리 나름 저렴한 교훈이다. 백 오십 만, 천 오백 만, 일 억 오 천도 아닌 15만원이면 나름 싸게 얻은 교훈인 것 같다.
그래서 짜잔!
레이아웃은 똑같다. 가격도 거의 같다.
키 스위치는 체리 갈축이다. 죽을 때까지 체리 갈축/청축, 토프레 무접점, 싸구려 멤브레인 스위치를 벗어나지 않겠다고 다짐해 본다.
의외로 핑크 스페이스바가 들어 있어서 껴 보았다. 빈티지 키보드에 핑크 스페이스바라니...
스페이스바 소리가 약간 너무 날카로운 것 빼고는 아직 다 좋다. 스페이스바를 교체하면서 봤더니 스테빌라이져가 철심이 안쪽에 숨어 있는, 흔히 채리형이라 불리는, 그것이다. 이런 건 처음 써 보는 것 같다.
놀 때에 사용하던 노트북에서 ㄲ~~~~~~ 소리가 났다. 지난 주 부터. 100퍼센트 팬이 문제이므로 새 팬을 주문했다. 노트북을 산 지 3년 정도 되었으니 뭐 여기저기 문제가 있어도 할 말은 없지. 특히 팬처럼 움직이는 애들은.
난 이미 이전전전 노트북 팬에서 ㄲ~~~~~~~ 소리가 났을 때 팬을 뺐다가 노트북을 죽여 버린 적이 있다. 뭐 그 때엔 새 팬을 사기에 노트북이 너무 낡아서 맞는 수순이었던 것 같다.
난 이미 지금 쓰는 노트북에 커피를 쏟아 밑판을 뜯고 안에 묻은 커피를 닦아낸 적이 있다. 그때 팬 밑에도 커피가 묻었나 보려고 팬도 뺐었는데 그때 찍었던 사진을 보고 팬을 뜯는 데에 방열판은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방열판도 드러내면 써멀구리스도 사야 되니.
드라이버가 없어서 함께 구매했다.
짜잔!
큰 드라이버는 무료배송 가격 맞추려고 겸사겸사 구매했다.
먼저 노트북을 눕히고... 구데타마 스티커가 상해가고 있다. 원래 "심심해~"인데. 파폭 스티커는 이제 떼고 크롬 스티커를 붙여야 할 것 같은데.
나사를 풀고, 밑판을 뜯고, 베터리 선을 빼고, 예전 팬을 새 팬으로 바꾸면 끝.
비포
에프터
팬이 거의 똑같이 생겨서 딱히 보기에 티는 안 난다.
그리고 넷플릭스 + 유튜브 영상 3개를 틀어서 부드러운 팬소리를 확인하면 끝. "안녕하세요~ 올리버, 샘입니닿~"
알찬 하루였다. 😊
2020-07-27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