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도라에 실망한 이후 이를 대체할 운영체제를 찾다가 우분투 마테에 정착했다.
'더 좋은' 것이 아니라 '덜 나쁜' 것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윈도우, 맥 OS X, 각종 리눅스 배포판 등 수많은 운영체제가 있지만 아쉽게도 어느 것 하나 마음에 쏘옥 드는 것이 없었다. 100년쯤 더 있다가 태어났으면 그런 것이 있었을까?
Windows 10 with Bash: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이걸 조금 기다렸지만 아쉽게도 여러 문제들이 남아있는 듯 하다. 수 십년 간 각자의 길을 걸어 온 두 시스템을 아주 조화롭게 엮는 것이 아무리 마이크로소프트라 해도 쉽지는 않은가 보다. 두 파일 시스템, 두 프로세스 메니저, 두 윈도우 메니저. 어느 것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맥 OS X by 해킨토시: 해킨토시는 멀고도 험한 길이다. 예전에 친구에게 받은 해킨토시 노트북을 이틀 만에 크래시시키고 리눅스를 설치한 기억이 난다.
참고로 리눅스 세계의 기본적인 철한은 "불만이 있으면 코드가 공개되어 있으니 직접 바꾸어라"이지만 나에겐 그럴 의지가 없다. 잘 모르기도 하고.
우분투(Unity): 다 좋다. alt-tab만 빼고 다 좋다. 나는 창 변환을 주로 alt-tab으로 하는데 같은 종류의 창끼리 묶는 맥 OS X 방식이 정말 불편하다. 마우스를 잘 쓰는 스타일이었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겠지만 나는 정말로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싶지 않다. 캐노니컬이 도대체 왜 Unity로 이리저리 없던 제약을 만드는지 모르겠다.
페도라: 릴리즈도 안 된 최신 패키지 사용. 이전 글 참고.
오픈수세: 가장 선택될 가능성이 높던 운영체제였다. 실제로 설치도 했었다. 두 시간 만에 지워지기는 했지만. 유명한 운영체제가 이렇게 처참히 지워진 이유는
나중에 알게된 사실인데 오픈수세를 설치할 때 네트워크 설정은 설치 버튼을 누르기 전 화면에서 Source HTTP(?)라는 버튼을 눌러야 한다고. 이런 비직관적인 상황이 설치 후에도 이어졌을텐데 빠르게 지우기를 참 잘했다 생각한다.
문득 예전 동료가 사용하던 Xubuntu가 떠올랐다. 우분투의 메인 데스크탑 환경은 아니지만 그런 변종들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많은 걸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안정적인 패키지에 alt-tab만 되면 되겠다 싶었다. 우분투의 여러 변종들을 DistroWatch.com에서 살펴보았다.
DistroWatch.com의 순위가 좋은 운영체제를 말하는 건 아니지만 딱히 다른 기준을 찾기도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부디 이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기를 바라며 우분투 마테를 그렇게 설치했다.
마테 데크스탑 환경은 GNOME 2에 기반하고 있다. GNOME 3가 나온 마당에 시대를 역행하는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내게 중요한 건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우분투 마테를 설치하고 2주가 지난 지금 나름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잘 된다. 처음부터 우분투(Unity)를 피했던 이유는 이거였다. 약간 아쉬운 점은 alt-tab 창에서 마우스 클릭도 먹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그래도 Unity, 맥 OS X의 그것보다는 20배 더 좋다.
여느 리눅스처럼 alt-F2를 누르면 프로그램 실행을 위한 창이 뜬다. 요즘은 Spotlight라고 하여 키워드를 입력하면 미리 인덱싱된 온갖 파일 검색 결과, 웹 페이지, 이메일 등이 허락 없이 나오는 것이 유행인가 본데 나는 그 기능으로 유익한 검색을 성공한 기억이 전혀 없다. 나는 이렇게 아재가 되어 가나 보다.
특별한 설정 없이도 한영키(오른쪽 alt)가 잘 먹힌다. 적어도 GNOME 3에서는 별도의 설정을 했던 것 같은데. 어째 새로 나온 녀석들이 더 손이 많이 가는 것인지.
우분투 계열이라 apt-get은 덤이다. 대부분의 리눅스 프로그램들이 가장 먼저 지원하는 패키지 메니저. 너무 편하다. 사실 페도라의 dnf도 특별히 나쁘진 않았는데 종종 덜 지원되기는 했다.
GNOME 2에 기반하여 가벼운 것도 덤이다. 부팅하자마자 운영체제가 차지하는 메모리가 325MB. 뭐 메모리가 부족했던 건 아니지만 오래된 내 CPU에는 딱이다.
익숙한 단축키의 기본 설정도 덤이다. ctrl-alt-t 같은.
개발팀이 작아서인지 예전 데스크탑 환경에 기반해서인지 요즘 나오는 것들보다는 덜 세심한 부분들이 있다.
마우스를 창 가장자리에 '정확히' 맞추어야 창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느낌상으로는 1픽셀만 벗어나도 안된다. 정확히 맞추어야 한다. 나는 보통 전체화면이나 화면의 반을 차지하도록 단축키를 쓰기 때문에 큰 불편은 없지만 가끔 아쉽기는 하다.
두 모니터를 사용하는데 다른 모니터로 창을 보내는 단축키가 없다. 그래도 마우스로 이동시키면 된다. 참을 만하다. 정신 승리.
우분투 마테의 쾌적함에 감동하여 적은 돈 $5를 기부했다. 알뜰살뜰 기부금을 모아서 오픈소스 개발자들과 나누는 모습에 만감이 교차한다.
2016-08-22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