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함과 프로 인간

요즘 나는 불만이 많다. 이건 이랬으면 좋겠고 저건 저랬으면 좋겠고. 원래 이정도는 아니었다. 나름 많은 것들에 만족하며 살아 왔다. 최근에 어떤 바람이 불었는지, 불만이 하나둘 쌓이더니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고 있다.

또 불안도 많다. 원래 많았지만 더 많아졌다. 예전엔 "괜찮아. 난 아무것도 망치지 않았어."라고 되뇌곤 했지만 요즘은 그것도 별 소용이 없다.


세상은 원래 불완전하다.

세상일들이, 또 내게 닥친 일들이, 앞뒤로 딱 들어맞았을 때에야 편안함을 느꼈다. 내가 속한 조직들은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했고, 설사 그렇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그렇게 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했다. 나와 주변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기를 바랬고, 함께 일하는 동료는 충분히 합리적인 소통이 가능해야 했다. 마찬가지로 적어도 그렇게 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것들이 전부 나의 부질없고 헛된 욕심이었음을 최근에 느끼고 있다.

세상은 그렇지 않다. 불완전하다. 조직들은 겉에서 보기와는 다르게 비합리적인 것들 투성이이고,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완벽하지 않다. 나도 그렇다.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다들 완벽하지 못한 것들 투성이다. 이 사실을 외면한 채 불만을 품기 시작하니 끝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불만이 쌓이고 쌓여 터진 것도 이상할 것이 없다.

아마 나의 불안도 비슷한 맥락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 같다. 내 삶의 한 스텝 한 스텝이 완전하기를 기대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마다 불안함이 고개를 내미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내 삶이 완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왜 이 사실을 까맣게 잊고 지낸 것일까 싶다.

한편, "괜찮아. 난 아무것도 망치지 않았어."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내 삶은 이미 조금 찌그러져 있고 그것들은 대부분 나의 통제를 훌쩍 벗어나는 것들이다. 심지어 조금 찌그러진 삶도 괜찮다. 전혀 안 찌그러진 삶은 아주 높은 확률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개차반처럼 살자는 건 아니다. 더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진전을 이루어야 한다. 더 후회되지 않는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불만이나 불안과 비스무리한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활용해야 한다. 문제는 얼마나 적당한 수준에서 불만과 불안을 가지는가이다. 모호한 기준이지만, "건강한만큼" 불만과 불안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나는 프로다. 아마추어가 아니다.

마음에 쏙 들지 않는 동료 문제에 대해 상담을 할 때마다, 혹은 그런 고민이 생길 때마다 나는 생각했었다. 그런 동료들과도 함께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는 것까지 내 월급에 포함되어 있다고 말이다. 나는 프로이고 그것까지 포함해서 나의 일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런 생각도 든다. 세상에 불완전한 일들 가득하지만 그런 일들을 안고 행복한 순간들을 추구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시간"이라는 급여에 포함되어 있다고 말이다. 나는 프로 인간이니까. 😎


PS1. 오늘은 새해로 넘어가는 날도 아닌데 추석이라 시간이 많아 자기반성적인 생각을 해 봤다.

PS2. Gemini에게 검수를 받은 첫 글이다. 맞춤법과 띄어쓰기, 문맥상 자연스러운 표현에 대한 제안을 받아 글을 다듬었고, 아래와 같은 짧은 감상평도 요청해서 받았다.

"불안과 불만을 '프로 인간'의 업무로 재정의하는 시선이 신선하다. 불완전한 세상을 수동적으로 원망하는 대신, 능동적으로 안고 가겠다는 굳건한 성찰이 돋보이는 글이다."

2025-10-08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