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

세상에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정말 많은데 그 중 하나는 관계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가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특히 그 미묘한 온도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데에 많은 에너지를 썼다. 그래도 나이가 드니 한 가지 능숙해졌다고 할까, 편해졌다고 할까, 그런 것이 있다.

"한 번이라도 내가 차갑거나 뜨겁다고 느꼈다면, 그게 맞다. 아주 아주 높은 확률로."

혹시 상대가 실수한 건 아닐까? 혹시 내가 예민한 게 아닐까? 그 온도의 진위를 판단하는 데에 여러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삼진 아웃 제도처럼.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니 그럴 필요는 없었다. 한 번 쎄한 느낌은 준 사람은 계속 같은 언행을 반복했다. 한 번 무례함을 보인 사람은 계속 비슷한 무례함을 반복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었다.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이 사실을 이해하고 나니 쓸데없는 데에 들어가는 에너지가 많이 줄었고 편해졌다. 좀 더 나 자신에게, 그리고 나에게 진정으로 따뜻한 이들에게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게 됐다. 😌

2025-09-17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