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17을 보았다. 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그렇게 즐기지 못했던 사람이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엄청 재미있었다. 기생충보다 덜 어려웠고, 삶, 사랑, 정치,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중간에 피식피식 재미있는 포인트들도 놓치지 않았다.
그나저나 극장은 진짜 오랜만이었다. 😎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 중 하나는 미키 17이 미키 18을 만났을 때였다. 나는 당연히 그 둘의 성격이 완전히 같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심지어 케네스에게 당한 모욕적인 상황에 대해 반응할 때도 미키 17은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던 반면, 미키 18은 불같이 화를 내 주었다. 마치 자기의 일(?)인 것처럼. 내 마음 속에도 여러 종류의 내가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그것이 저렇게 물리적으로 분리된 상태로 드러난 것 같아 재미있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자신을 희생하며 크리퍼와의 전쟁을 막은 미키 18이 참 대단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 다른 내가 살아있다 하여도 그런 희생을 실행하는 건 쉽지 않겠지?
미키가 죽어갈 때마다 함께 힘들어 하며 곁을 지켰던 나샤의 사랑도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2025-03-02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