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것들

종종 지내다 보면 작은 일에 꽂혀서 의미없는 걱정과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곤 한다. 어제도 그런 날이었다. 😥

"혼자 남았는데 갑자기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하게 되면 차가 있어야 되는 것 아닐까?"
"차보다 운전면허가 먼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진즉에 운전면허 교환을 했어야 했는데 너무 늦어서 그게 불가능해졌다. 나 한심하다. 😡"
"운전면허 교육 신청할 때 비자를 우편으로 보낸다는데 잃어버리면 어떡하지? 😱"
"비자 재발급에 8주가 걸린다는데 그럼 추석 때 한국 못 가게 될 수도 있는 거잖아?"
"근데 그렇게 못 가게 됐을 때 갑자기 한국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
"나는 왜 이곳에 있는 거지? 한국에 가 버리면?"
"근데 한국에 간다고 없던 친구가 생기는 건 아니잖아? 게다가 한국에서 내가 회사 생활 잘 할 수 있겠어?"
"근데 이곳에 이렇게 있으면 계속 이렇게 있을 것 같잖아?"
"도대체 내가 뭐가 문제지? 🤯"

이런 바보같은 생각에 잠식된 채로 잠을 청했다. 역시 잠자리도 뒤숭숭했다. 어떤 곤경에 처한 꿈속에서의 나, 해결을 위해 이리저리 짱구를 굴려 보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났지만 복잡한 생각들은 여전히 기분에 남아 있었다. 아침을 대강 먹고 딱 한 시간 기다렸다가 바로 달리기를 하러 나섰다.

마법의 한 시간이 흘렀다! 🧙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발바닥에 작은 물집들이 느껴질 만큼 실컷 달리고 나니 기분이 많이 나아졌다. 긍정회로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아픈데 무슨 운전이야. 택시를 타거나 급하면 119를 불러야지."
"운전면허야 뭐 다시 따면 그만이다. 이곳 교통 시스템 정식으로 배우면 더 안전하고 좋지. 운전면허 생긴다고 내가 차를 바로 사고 싶을 것 같지도 않으니 재미로 따자."
"비자 분실 걱정되면 일단 한국 갔다 와서 운전면허 교육 시작하면 되고."
"회사에 어차피 또 피바람이 불면 한국에 가기 싫어도 가게 되는 날이 오겄지. 내 실적이 안 나와도 마찬가지."
"생각해 보면 내가 '이렇게 있어서 계속 이렇게' 있지는 않다. 그래도 하나씩 둘씩 새로운 것들도 해 보고, 새로운 모임에도 도전하고 하잖아."
"그리고 나 친구들은 있어! 이 나라에 없어서 그렇지..."


겸사겸사 오랜만에 감사한 것들을 생각한다.

🥰 오늘은 어제보다 기분 좋게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생각해 보니 나는 원래 정신 승리를 매우 잘하는 사람이었다. 친구들이 그렇다고 얘기하고는 했다. 그리고 어제와 오늘, 기분 파동의 크기를 보니 지금도 그런 것 같다.

2024-06-16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