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대해 가족과 이야기하다가 의견 충돌이 있었다. 나는 의무화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고 있는 입장이다. 나도 밖에 나갈 때 웬만하면 마스크를 쓰고 나간다. 하지만 이것을 정부에서 강제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적절한 근거 없이 강요하는 것이 코로나 대응책으로서 효과적일까? 궁금해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찾아 보았다.
"Should masks be worn outdoors? (BMJ)"
www.bmj.com/content/373/bmj.n1036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찬성하고 반대하는 두 전문가 그룹이 의견을 정리한 글이다. 8개월 전에 작성된 글이지만 지금이랑 상황이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아 소개한다. 원래는 전문을 번역해서 올리려 했으나, 번역된 글이 너무 길어 내가 이해한 핵심 근거들만 뽑아 나열해 보았다.
전파 가능성: 야외 <<<< 실내. 인정. 하지만 야외 전파가 추후에 큰 위험의 씨앗이 될지도.
야외라 해도 거리 두기가 어려운 상황들 위험함: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 줄 서 있을 때 등.
데이터에 따르면 마스크 제약 강한 지역/나라에서,
코로나 영향 덜 받음, 즉, 전파 덜 됨.
사람들이 마스크를 실내에서도 잘 씀.
전파 가능성: 야외 <<<< 실내. 야외 "슈퍼전파" 사례 없음.
실내 위험성 강조 필요: 대중이 스스로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지식 제공해야 함.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통해 대중이 위험의 본질에 대에 혼란스러울 수 있음.
사람을 만날 거면 차라리 밖에서 만나는 게 나음.
정부 정책 신뢰도에 악영향.
팬데믹 일 년 이상 지남. 아직도 야외 마스크 사용 효과 확인 안 됨.
야외 마스크 정책은 리더쉽/결단력을 보여주기에 정치적으로 편리함.
근거 없이 제약 강요 → 정부 정책에 대한 믿음 떨어짐 → 추후 다른 정책들도 영향 받음.
공정성 문제: 뒷마당이나 개인 이동수단이 있는 부자들은 마스크 없이 맑은 공기 잘 마심.
사용자 비용: 이미 몸과 마음이 힘듦. 야외에서의 사회 활동이나 운동 제한되면 안됨.
사회적 비용: 정책 실행 공짜 아님. 이는 다른 방식의 정책 실행 기회를 놓치는 것.
이걸 다시 짧게 줄이면
여기서부터는 전문가 의견이 아닌 나의 허접한 생각들이다.
난 여전히 반대 입장에서의 근거들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이기는 한다. 특히 반대 입장 2 에서 말하는 "대중이 스스로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지식 제공"에 조금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위드 코로나를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코로나가 마치 약해진 것처럼 큰 모임을 시작했고, 마음껏 여행을 다녔으며, 재택근무가 가능했던 회사들이 출근을 지시했고, 학교들은 오프라인 강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위드 코로나는 무너지는 경제를 막기 위한 마지막 선택이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코로나를 감기나 독감처럼 풍토병으로서 다루겠다고 광고했다. 치명률이나 전파 속도가 감기나 독감 같았으면 애초에 그렇게 다뤘겠지 않은가? 아무튼 그런 광고와 "위드 코로나"라는 긍정적인 뉘앙스의 용어 선택 때문에 우리가 코로나를 더 친숙한 존재로 인식하게 된 것은 아닐까 싶다. 조금 더 비관적인 단어 선택이었으면 상황이 더 나았을까? 나도 잘 모른다.
결국 위드 코로나는 오래 가지 못하고 거리두기가 다시 시작됐다. 그러자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만남 사재기"를 시전했다. 그런 사람들은 거리두기를 왜 하는지에 큰 관심이 없다. 이것이 어떤 느낌이냐 하면 게임 시간을 강제하는 학부모 덕분에 청소년의 에너지가 주어진 게임 시간을 알차게 쓰기에 집중되는 느낌이다. 원래 무언가 희소성을 가지게 되면 가치가 올라간다. 여기서의 게임 시간이 그렇고, 위드 코로나 시간이 그렇다. 더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었다면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장기적으로 더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을까?
찬성 입장도 대부분 이해가 가기는 한다. 야외에서도 공기가 정체되는 순간은 있을 수 있고 바이러스는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찬성 입장 3.2 "마스크 제약이 강한 지역/나라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실내에서도 잘 씀"은 물론 과학적 근거가 있는 이야기이겠지만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확 와닿지는 않는다. 그냥 공동체 주의가 강한 곳에서 정부의 지침을 잘 따르는 것 아닐까? 지침을 잘 따르니까 더 엄격한 정책이 잘 진행되었을 것 같기도 하고. 다음에 시간이 나면 저 주장이 담긴 참고 논문을 한 번 봐 봐야겠다. 읽힐런지는 모르겠지만.
www.medrxiv.org/content/10.1101/2020.06.09.20125831v1
2021-12-19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