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나의 특기, 정신 승리의 글)
단언컨대 완벽한 소프트웨어는 없다. 한번 작성하고 영원히 고칠 필요가 없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그런 소프트웨어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 환경이 변하고 소프트웨어도 그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그것을 흔히 "유지보수"라 부른다. 하지만 종종 유지보수만으로는 부족하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다른 소프트웨어들과 경쟁하려면 "혁신"이란 것이 필요하기도 하다. 어느 수준에서든 멈춤은 곧 도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이건 회사도 마찬가지다. 한번 잘 나가던 회사가 영원히 그 상태를 유지하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그런 일은 없다. 소프트웨어처럼 환경 변화에 맞게 유지보수도 꾸준히 해야 하고 중장기적 혁신도 있어야 한다. 반드시 그래야만 살아남는다.
그런데 이건 사람도 마찬가지다. 정년이 보장된 소수의 엘리트를 제외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유지보수와 혁신 없이는 경쟁에서 밀린다. 특히 장기적으로. (겉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정년이 보장된 소수의 엘리트들이 보통은 더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간다. 마냥 부러워할 것만은 아니다.) 그러니깐 소프트웨어나 회사에 대한 평가가 끝이 없이 행해지듯이 나에 대한 평가도 끝이 없다. 난 지금까지 이런 평가들이 심히 못마땅했는데 지금 보니 피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너무 상심 말자. 언젠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연히 평가도 멈춘다. 은퇴를 하거나, 은퇴를 당하거나. 그 전까진 별수없다. 그냥 즐겁게 평가를 마주할 수밖에.
2021년 아프지나 말기를. 🙏
2021-01-03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