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020년이 끝나가는 어느 날, 유튜브로 좋아하는 노래를 찾아 듣다가 이걸 보았다.
양파가 열린음악회에서 본인의 데뷔곡 애송이의 사랑을 부르는 영상이다. 진짜 할 이야기가 많은데 많이 하면 할수록 무조건 내가, 정확히는 나의 나이가, 손해인 것 같아 그냥 넘어 가려다가... 혹시라도 조금 더 먼 미래에 이 글을 본다면 "그래도 그때가 좋았지"라고 생각할까봐 느낀 바를 남긴다.
양파. 양파를 까면 눈물이 난다는데 나는 양파를 까다가 눈물이 날 정도로 양파를 많이 깐 적은 아직 없다. 하지만 양파의 노래를 들으면 매우 높은 확률로 눈물이 난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애송이의 사랑. 찾아보니 1997년 인기를 끌던 노래다. 내 나이를 굳이 밝힐 이유는 없다만 이야기를 위해 이야기를 하면 나는 당시 중3이었고, 그 다음 해에 양파가 우리 동네 야외음악당에 와서 공연을 했을 때는 나는 고1이었다.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에 비해 감수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고 느낌에도 불구하고 고1은 내 인생에서는 감수성이 가장 높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냥 눈물은 요즘에 더 많이 나지만, 흙흙..)
당시 양파 님께서 야외음악당에 오신다 하여 수업을 마치고 총총총 찾아가 무대를 관람했던 기억이 난다. 노래는 너무 완벽하여 "이건 100프로 녹음이다"라고 믿어? 의심해? 왔지만, 2010년 아이유의 완벽한 라이브 무대를 보고 양파의 무대도 라이브였을지도 모른다 생각하게 되었다.
(여담) 아마도 2010년, 아이유가 "나는요 오빠가 좋은 거어어얼" "아이쿠" "I'm in my dream~1" "임~2" "임~3" 하기 불과 몇 개월 전, 진짜 믿을 수 없겠지만 저기 뒷자리에, 아이유를 볼 수 있는 자리 중에 가장 먼 곳에 나는 앉아 있었다. 내가 진짜 미쳤었나 보다. (나는 진짜 도박이라던가, 미래를 예측해야 하는 주식/부동산이라던가 이런 거 하면 안된다.)
"마쉬멜로~ 마쉬멜로~ 달콤해서 너무 좋아~"
난 진짜 아이유의 마쉬멜로 노래가 달콤해서 너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맨 뒷 자리에서 자리를 옮기지 않았다. 당시엔 이런 노래를 부르던 어린 가수를 향해
"아저씨는 나이는 많지만 너가 너무 좋아~ 흐흐흫"
하며 앞자리로 뛰어가는 것이 뭔가 the love운 느낌이 있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민폐고 뭐고 가까이 가서 구경했어야 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없는 돈이라도 삼성 주식을 샀어야... 흠흠. (두 사건이 좀 비슷한 느낌.) 아무튼 아이유 영상을 도대체 누가 찍어서 1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감사하게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지는... 차치하자.
(여담2) 부산 살던 군대 동기가 제대 후, 부산에서 서울로 KTX를 타고 와서는, 서울에 처음 와 봄,
"와, 서울에 왔네요. 아이유가 서울에 산다던데 볼 수 있나요?"
하던 것이 생각난다. 후훗, 형아는 이미 아이유를 봤...
열린음악회라 하면 우리 어머니가 꼭 챙겨 보는 음악 방송이다. 나오는 가수들이 예전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요즘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만 그냥 "옛날에 인기 있었던 가수"라는 느낌을 항상 받아 왔다. 언제나 나는 잘 모르는 나이든 가수들이 나와 노래를 불렀는데 어머니는 저녁 시간에 졸음을 참으면서도 그 방송을 보려고 애쓰셨다.
결국, 당연히도, 내 차례가 왔다. 옛날에 (엄청) 인기 있었던, 그래서 내 예전 향수를 꺼내어 주는 가수가 열린음악회에 나와 자신의 데뷔곡을 부른 것이다. 심지어 그것이 3년 전이다. SBS 인기가요를 보며 가슴 설레는 시기는 충분히 지났다 할 수 있겠다.
양파가 어떤 가수인지는 솔직히 잘 모른다. 나는 이소은 파다. 하지만 화려한 조명이 양파를 감싸고 있던 그 무대를 생생히 기억한다. 어렸을 때 눈에 새긴 것이라 더 오래 기억나는지 모르겠다.
그 후로 시간이 상당히 흘렀다. 23년 흘렀고, 며칠 후면 24년 흐른 것이 된다. 아웃사이더에게는 미안하지만 누구보다 빠르고 남들과는 다른 건 아웃사이더가 아니다. 아마 아웃사이더 본인도 지금은 잘 알지 않을까 싶다.
2020-12-16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