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분노할 대상이 필요하다?

이 글은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목격된 분노에 대한 이야기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이를 풀어낼 대상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신천지

먼저 신천지 교인들과 그 총회장. 그들이 우리나라 코로나 확산에 크게 영향을 주었다는 건 큰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들의 (어쩌면) 비성실한 정보 제공을 비난하는 것을 넘어서 그 집합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신천지 지도부 나타나서 협조해야…불응시 살인죄로 형사고발" -- 박원순 서울시장
www.yna.co.kr/view/AKR20200301025500004

난 법은 잘 모른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자기의 행위로 인해 어떤 범죄 결과가 일어날 수 있음을 알면서도 그 행위를 행하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폭행을 지속 하는 것'을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 라고 말한다.

애초에 폭행이란 행동을 시작했어야 살인죄에 연결되는 것은 아닐까? 애초에 신천지 교인들은 "폭행"을 한 것이 아니다. 다같이 모여서 뭔가를 했겠지만 그것이 무엇이 되었던 전염병을 퍼뜨릴 의도가 없었다면 폭행이라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난 그들의 종교적 신념을 공유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들에게 살인죄를 묻는 것 역시 과하다 생각한다.

사람들은 전염병에 의해 죽었다. 전염병이 비주류 종교, 흔히 사이비라 불리는, 미움을 받는 그룹에 의해 퍼졌으니 사람들은 덩달아 신이나 마음껏 거친 말을 내쏟았다. 같은 반 왕따에게 막말을 해도 다른 친구들이 모두 동조하는 상황이니 거침 없다.

이만희 총회장의 넥타이나 부동산 가지고도 분노를 부추긴다. 물론 잘못이 있다면 알려야겠지만 20만원짜리 노랑 실크 에르메스 넥타이는 코로나와는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다. (기사 제목에 에르메스라 그래서 2000만원은 하는 줄 알았다, 기자님) 안타깝지만 이게 우리나라 뉴스 수준이다.
www.edaily.co.kr/news/read?newsId=04473926625699384

5G

난 이런 분노가 우리나라만의 이야기인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영국에서는 코로나가 5G망을 통해 퍼진다는 멍청한 이야기가 퍼지는데 이를 진짜 믿는 건지 믿는 척하는 건지 모르겠는 사람들이 통신사 송신탑에 불을 지르고 난리도 아니다. 가끔 그 불을 지른 송신탑이 5G가 아니라 3G/4G 송신탑이었다는 웃지 못할 농담도 함께 퍼진다. 5G 통신망과 생체 바이러스 구분도 못하는 사람들인데 3G/4G/5G 송신탑을 구분할 수 있을리가 있나.

중국

이젠 그 화살이 중국을 향하고 있다. 신천지에 대한 분노의 국제 버전이랄까? 가뜩이나 서방국가들과 사이도 안 좋은 중국이었는데 모두가 잘됐다 싶어 한 마음이 되어 마음껏 미움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It could have been stopped in China before it started and it wasn't, and the whole world is suffering from it," Mr Trump told reporters on Saturday.
news.sky.com/story/coronavirus-trump-questions-whether-china-started-outbreak-deliberately-11975333

아니 전세계에서 코로나를 가장 "stop"시키지 못하고 있는 나라의 수장이 할 수 있는 말인가? 하지만 신기하게도 많은 서방국가 사람들이 트럼프의 의견에 동조하는 듯하다.

본인들은 위급 상황이라며 응가 휴지만 잔뜩 사 모았으면서 도대체 아니 어떻게 누가 누구를 탓하고 있는 것인가?

하지만 이번엔 신천지보다 시나리오가 더 멍청, 아니 치밀하다.

Researchers there were studying dangerous bat coronaviruses, and safety procedures at the facility were not as rigorous as they should have been. The Chinese government then covered up the incident, blaming a seafood market near the lab for launching the pandemic and refusing to allow any independent investigation.
www.politico.eu/article/biological-chernobyl-how-chinas-secrecy-fueled-us-coronavirus-suspicions/

중국의 맞대응도 재미나다.

A Chinese foreign ministry official has, for instance, publicly suggested the virus was brought to Wuhan by the American military.
news.sky.com/story/coronavirus-uk-made-promises-to-china-over-how-it-would-refer-to-covid-19-china-claims-11973178

언젠가 페이스북에서 "이번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왔으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입은 경제적 손해를 모두 중국에게 변상 받아야 한다"는 영국인의 글과 그를 동조하는 많은 댓글들을 보았다. 이건 뭐 "내가 오늘 기분이 안 좋으니 니가 좀 맞아라"며 왕따를 괴롭히는 일진도 아니고. (심지어 그 왕따도 싸움 좀 하는. 집도 좀 잘 살고.)

이런 의견들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게 아니라 사실 이런 얼토당토 않은 의견을 내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면 이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등장하고 진짜 실행으로 옮겨 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어느 나라 대통령이 그 증거)

자유를 향한 분노?

이걸 분노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 자유를 갈망하는 미국인(이라 읽고 밀덕이라 부르는)들이 락다운에 반대하여 무장 시위를 한다는 기사도 심심찮게 나온다.

'Even if the virus were 10 times as dangerous as it is, I still wouldn't stay inside my home. I'd rather take the risk and be a free person,' he said.
www.dailymail.co.uk/news/article-8232457/Woman-organized-anti-lockdown-rally-New-Jersey-arrested-violating-stay-home-orders.html

자유인 본인만 죽으면 되는데 다른 사람도 죽이니까 문제다. 서울시장 님, 이 정도 되어야 미필적 고의 아닙니까?

아니 진짜 군대랑 싸울 것도 아니면서 (싸우면 상대도 안 되면서) 시위하는데 총은 왜 들고 나오는 걸까. 무겁게. 탄창도 세 줄이나. 저게 우리나라였으면 분명 북한의 사주를 받았다 하겠지? 그나저나 저 방독면 쓰고 있는 사람 불쌍하다.


오늘의 교훈: 왕따는 세상 어디에나 있다. 우리 집에도 한 명 있다.

2020-04-19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