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안) 심심한 생활

이 새로운 곳으로 이사 온지 벌써 2주가 되어 간다.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것 같았던 삶이었는데. 사는 위치가 바뀌고, 환경도 바뀌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벌써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기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아서 혼자 곰곰히 생각할 시간이 많다. 조금 심심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나쁜 느낌은 아니다. 이렇게 할 것이 없지 않았다면 나의 남은 시간을 어떻게 쓰는 것이 좋겠는지에 대해 특별히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마치 인생의 정해진 목표가 있는 것 같았다. 돈을 많이 벌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고, 집을 사고, 자손을 보고, 그렇게 '좋은' 인생이 끝나면 저 세상으로 떠나게 되는.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내가 이 세상에 없음을 안타까워 해 주면 그것으로 감사한, 그런 종류의 인생 목표 말이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런 정해진 아름다운 삶의 경로가 다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다. 내가 지금 이렇게 심심한데 말이다. 일단 지금 당장 안 심심해야 하고, 그렇게 안 심심한 상태를 죽을 때까지 지속해야 하는 건 아닐까? 다른 사람이 나를 기억하던 말던. 내가 없는데 지구 인류의 번영이 다 무슨 아름다운 목표란 말인가. 내가 너무 이기적인가? 너무 개인주의적인가?


왠지 당분간 블로그 글의 빈도가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쉬는 날에 할 것이 없으니 지구의 패킷이라도 쓰며 안 심심해야지. 아, 물론 다른 뭔가 더 재미있는 것도 꾸준히 찾아서 시간을 쓸 거다.

오늘의 일기 끝.

2019-06-15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