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는 드라만데 너무 재밌다: (i) 주제가 나름 신선하고; (ii)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많이 나오며; (iii) 보다 보니 극중 대사도, 주연 및 조연 연기자들의 연기도 모두 일품이다. 아직 완결도 되지 않았는데 내가 이렇게 빨려 들어갈 줄은 몰랐다.
핫하다. 로봇도, 기계학습도, 딥러닝도. 미래가 어떤 모습일까? 정말 드라마에서처럼 사람과 구분하기 힘든 로봇이 등장할까? 약간은 단순한 면이 있지만 드라마를 보는 내내 재미있는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기구한 사연으로 부모가 바뀐 재벌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수많은 드라마랑은 분명 다르다. 그런 드라마는 신기하게도 주인공만 바뀌며 계속 나온다. 그리고 계속 시청률이 높지. 미스테리다.
물론 드라마의 국가 정체성도 놓치지 않았다. 😉 이것이 나쁘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난 셋 다 매력이 있다 생각한다.
미국 드라마 웨스트월드에서는 인공지능 로봇이 현실이 됐을 때 있음직한 일을 아주 현실적으로 그렸고,
일본 애니 공각기동대에서는 인간에 대한 고찰과 각종 사회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 주었으며,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는 로봇과 사랑에 빠졌다.
미국 영화 Her에서도 사랑을 했지만 거기서 중심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아름다운 사랑'이라기 보다 로봇과 사랑에 빠지면서 인간이 느끼는 '혼란한 마음'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배우 이민지의 연기가 좋다. '응답하라 1988'도 좋았고, 특히 이민지가 주연으로 나왔던 '꿈의 제인'도 재미있게 보았다. (나의 책상 옆엔 이민지 포스터도 붙어 있다.) 주로 못생김 연기를 잘 하는데 이번에도 충분히 잘 하고 있다. 꽤나 비중이 높아 매우 만족스럽다. (나는 이민지의 인스타그램도 팔로우 하고 있다.)
주의: 아래엔 극중 대사가 있습니다.
각 인물들의 심정을 제대로 보여 주는 대사가 일품이다. 이 부분만 몇 번을 돌려 봤다. 책을 읽었을 때, 대사만 보았을 때엔 느낄 수 없는 섬세한 감정이 전달되었다. 신기한 경험이다.
파이: 저는 그 생각 반댑니다. 조지아 씨 때문이에요? 조지아 씨를 옆에 두고 싶어서요?
(충분히 그런 오해를, 또는 그런 생각을, 그런 질투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홍백균: 아니야.
(그것이 아님을 표정과 말투로 보여 준다. 이건 직접 봐야지 말로는 표현이 어렵다.)파이: 그럼 대체 뭔데요? 삼단봉한테 아직 들키지 않은 지금이 모든 걸 바로 잡을 마지막 기횐 걸 아시잖아요, 박사님도. 혹시라도 들키면 박사님 또 사기꾼으로 몰릴텐데, 그땐 어쩌시려구요.
(나도 그런 걱정을 했다. 마지막 기회다.)홍백균: 테스트 결과가 우리 예상을 뛰어 넘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 왔어.
파이: 그게 뭐든, 그건 조지아 씨가 만든 겁니다.
(응. 응.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홍백균: 아니야. 김민규 의장은 조지아를 로봇으로 알고 있어. 아지3가 만든 거야. 새 부품이 도착해서 수리 되면 아지3로 교체되겠지. 파이야, 난 이 테스트의 끝이 보고 싶다. 우린 엄청난 일을 해낸 거야. 그게 바로 우리가 로봇을 만드는 이유니까.
(역시 우수한 과학자의 포장 능력은 대단하다. 엄청난 일을 해낸 거라고. 그 짧은 시간에 나도 설득됐다.)
주연 배우인 유승호, 채수빈, 감초 역할을 하는 이민지(선혜), 송재룡(혹탈), 김민규(싼입) 누구 하나 빼놓지 않고 연기가 좋다. 특히,
김민규: 밧데리 사 줄게.
에서 빵터졌다.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당분간은 이 드라마 덕분에 즐겁겠다. 조만간 유승호의 '집으로...'를 보아야 겠다.
2018-01-06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