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꾸 호구 인증을 한다.
친구와 안면도에서 게를 샀다.
우리는 분명 암놈 세 마리를 샀는데 음식으로 나온 건 암놈 한 마리와 수놈 두 마리다. 아저씨들이라 모를 줄 알았나 보다.
게 알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서 그냥 조용히 먹고 나왔다. 싸우지 않아 기분이 좋았다. (호구들의 공통된 특징)
동네에서 스마트폰을 샀다.
처음엔 추가 지원금이 없는 것처럼 얘기하길래 추가 지원금은 원래 없는 거냐고 했더니 재빨리 붙여 준다. 크하하하 호구로서는 느낄 수 없는 쾌감이다!
이때부터다. 직원이 "원래 이런 저가폰은 지원을 안 해 주는데 손님 인상이 좋아 보여 해 드린다"며 생색을 내기 시작한다. 뭐 나로썬 이유가 어찌 됐건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이 나쁠 리 없다.
직원이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꺼내 유심칩을 꽂는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이 휴대폰 박스의 봉인 스티커를 뜯는 것을 보지 못했다. 분명 중고다. 집에 오자마자 베터리 사용시간을 보니 가관이다. 아마 15일 전 쯤에 반품되었나 보다.
기계에 외상이 있거나 결함이 있으면 나도 반품을 하려 했는데 아무리 봐도 내가 보기엔 새 물건처럼 깨끗하다. 대신 화면 위쪽에 약하게 멍이 들어 있다. 인터넷을 뒤져 보니 종특이라 교환해도 소용 없단다. 뭐 별로 신경 쓰이는 것도 아닌데 그냥 써야지.
그렇게 나는 인상 좋은 호구로서 최신 중고폰을 저렴하게 구입했다. 오늘의 호구 일기~ 끝~!
우리 나라에 이렇게 사기가 만연하다. 따지고 싸우고 주장해야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다.
물론 외국이라고 상황이 다르지는 않다. 예상하건데 여기서 호구이면 어느 나라를 가든 외국인 버프를 받아 더 멋진 호구가 될 수 있다.
이쯤 되니 물정 모르는 놈을 벗겨 먹는 것이 인간의 종특이 아닌가 싶다. 헬지구에서는 호구들에게 희망이 없다.
2016-10-09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