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통로

종종 꿈에 아주 좁은 통로가 나온다. 몸이 중간에 꽉 낄지도 모르는. 보통은 그런 두려움이 있어도 다행히 몸이 끼지는 않는다. 나는 날씬하니까. 그렇다 해도 두려움을 안고 지나가야 한다.

어제도 꿈에 그런 통로가 꿈에 나왔다. 건물의 옆면 아래쪽에 무릎 높이의 구멍이 있다. 그곳으로 몸을 구겨 넣으면 ㄴ자 모양의 통로를 지나 지하철 승강장으로 이어진다. 왜 넓은 지하철 입구를 두고 그곳을 이용하려는지는 이해가 안 된다. 아마 지름길이었을까. 꾸물거리는 앞사람을 기다리다가 다행히 꿈에서 깼다.


중학교 1학년 때 일이다.

레슬링이나 유도에서처럼 한 명이 다른 친구를 누르고 있을 때 그 위에 다른 친구들도 한 명 한 명 추가로 누르기를 하는 것이다. 팬케익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처럼.

한두명일 때에는 재밌지만 숫자가 많아지고 시간이 길어지면 전혀 재밌지 않다. 어느 순간 내 몸이 견딜 수 없는 무게인 것을 직감했다. 눌리는 압력에 의해 숨쉬기가 힘들었다. 소리를 질러봐야 소용없었다. 죽을 것 같았다.

누르기가 끝났을 때 온몸이 땀 범벅이었다. 나는 그제서야 큰 소리를 내어 엉엉 울었다. 애들 중 그 누구도 날 위협할 생각은 아니었다는 사실에, 받은대로 되갚아 주고 싶은데 그럴 대상이 없다는 사실에 너무 악이 받혔다. 살았다는 안도감 같은 건 없었다.

이게 좁은 통로 꿈이랑 관련이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 본다.

2021-01-18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