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고 있다. 일행 중 세 명이 나와 같은 모텔 방을 쓴다. A에게 전화가 온다.
"여보세요?"
"몇 시간 남았지? 두 시간 내에 갚지 않으면..."
"알고 있습니다. 여섯 시간 이십 분 남았잖아요."
"반드시 갚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알겠다고요!"
A가 거칠게 답하고 전화를 끊는다. 자세한 내용은 묻지 않았지만 분명 조폭이다. A는 그에게 갚을 돈이 있고. 여섯 시간 후엔 그가 찾아 오겠지.
우리는 이 곳을 뜨기로 결정하고 신속하게 짐을 싼다. 마치 이렇게 급하게 떠날 것을 오래 전부터 준비했던 것처럼.
A는 주도면밀하게 차량의 번호판도 바꾸어 놓았다. 모텔에서 차 렌트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직접 차량을 가지고 가면 번호판만 렌트용으로 바꾸면 된다는... 곰곰이 생각하면 이상할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 그럴 시간은 없었다.
차를 타고 마을의 언덕 꼭데기에 다다른다. 길은 네 방향으로 나 있다. 한쪽 방향에선 사람들 무리가 다른 방향에선 한 사람이 올라온다. 누가 조폭일까? 누가 몸에 지니던 칼을 꺼낼까?
깨어 보니 새벽 3시 45분. 어제 분명 비행기 시간을 이야기하기로 했던 것 같은데. 문자를 보니, '3시 출발
'. 늦었다.
"쿵!쿵!쿵!"
일행들이 출발하지 않고 우리를 기다렸나 보다. 비행기 시간에 늦을까 걱정이다. 짐은 또 왜 이리 많은지. 무겁다.
또 병이 도졌다. 다리에 힘이 없다. 짐을 버릴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끙끙거린다. 이를 알아차린 친구가 작은 카트를 빌려 주었다. 오, 신세계다.
비록 손잡이도 없는 네 바퀴 달린 덩어리지만 다리에 힘이 풀린 나에겐 요긴하다. 턱을 오르는 데에 약간 힘이 들지만 괜찮다. 무거운 짐들을 직접 들고 올라나는 것 보다 낫다.
내리막길에선 발로 적당히 속도를 줄이며 내려갔다. 보드를 타 두기를 잘했다.
어느새 길은 매우 좁게 그리고 위 아래로 굴곡진 모양으로 바뀌었다. 이런 코스에서 속도를 내는 방법을 펌핑이라 했던가. 좋다. 펌핑을 하면서 속도도 나고.
다만 문제는 길을 벗어나면 깊은 강물이라는 것이다. 빠지지 않으려고 매우 긴장했지만 결국 나는 떨어진다. 짐이라도 살려 보려고 있는 힘껏 땅 쪽으로 던졌지만 소용이 없다.
물 안을 들여다 보았다. 저기 깊은 곳에 빠져있는 짐들과 내 핸드폰이 보인다. 핸드폰 산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사야 되려나.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다. 친구들과 그들의 짐들이 물 속 곳곳에 있다. 내가 구해주기를 기다리듯이.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들어가야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머리를 물 속에 넣어야 하는데 몸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 왜?
두세 번을 더 시도한 끝에 가까스로 물 속에 잠수에 성공한다. 먼저 가까이 있는 친구와 그의 핸드폰을 쥐어 주어 물 위로 올려 보내고 그 다음 나의 짐과 핸드폰을 찾아 물 위로 올라간다. 다시 숨을 고른다. 아직 몇몇 친구들이 더 남아 있다.
2016-12-22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