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다이빙

낙하산을 배급받는다. 이미 지난 번에도 했던 일이다. 그땐 두 명당 하나의 낙하산을 주었는데 이번엔 오롯이 나에게 하나의 낙하산이 지급된다. 이미 한 번 경험한 것이라 그런 걸까?


떨어지다

엔진 없는 비행기. 오직 바람의 힘만으로 움직인다. 글라이더라 부르던가? 하늘 높은 곳에서 떨어진다.

낭떠러지 위에서 비행기의 앞이 바닥을 향하더니 이내 자유낙하가 시작된다. 이것을 처음 탔을 때의 놀라움을 잊을 수 없다. 엉덩이가 의자에서 붕 뜨는데 안전벨트 같은 건 없다. 엉덩이가 붕 뜰 거라고 미리 말을 해 주든가. 하지만 난 처음이 아니다. 나를 제외한 모든 손님이 놀랐겠지만 난 이미 이럴 거란 걸 알고 있다.


비행기 안

파일럿 한 명과 낙하 조교 한 명 외엔 모두 우리같은 손님들이다.

엉덩이가 붕 뜨는 순간 눈 앞에 보이는 건 시커먼 바다. 조교가 웃으며 돌아 본다. 우리를 안심시키려는 건지 놀라는 모습이 재밌는 건지 모르겠다. 근데 내가 왜 이걸 또 타고 있는 걸까?


잠시 후 우리는 모두 비행기로부터 뛰어 내린다. 잠시 바람을 맞는가 싶더니 조교의 외침이 들린다.

"낙하산 펴!"

그렇지. 낙하산을 펴야지. 낙하산 뚜껑을 열고 손잡이를 당겨야 하는데... 어라? 손잡이가 이상하게도 생겼다. 손가락 하나 들어갈 것 같은 손잡이. 어설프게 잡고 당기다 놓치기라도 하면 난 끝이다.

손잡이

"낙하산 펴!"

조교의 목소리가 다급하다. 하지만 그냥 대충 잡고 당기는 건 더 위험할 것 같다. 어서 저 손잡이에 손가락을 넣어야 하는데. 바닥이 점점 가까워진다. 다른이들은 모두 안전하게 낙하산을 폈겠지.

"낙하산 펴!"

이것이 조교의 마지막 외침이다. 그도 낙하산을 펴야 하니까. 마침내 손가락을 꼈다. 있는 힘껏 당긴다. 바닥이 너무 가깝다.

턱!

바닥에 섰다. 사뿐하게 내려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시간에 딱 맞게 낙하산이 펴졌나 보다. 다행이다.

2016-08-15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