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에 대해서

키보드는 중요하다. 종종 이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코어 20개 달린 머신이 마치 가장 중요한 "개발" 환경인 것처럼. (물론 그것도 좋기는 하지만) 개발 환경에 대한 긴 글을 쓰려다가 뭐하는 짓인가 싶어 이것만 남긴다.


주의1: 지인 중엔 만 오천 원짜리 싸구려 키보드로도 훌륭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 흔하진 않다. 요즘 말로 혼모노다. 나는 혼모노는 아니기에 일단 넘어가자.

주의2: 키보드는 손가락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니다. 사실 손가락 건강을 생각한다면 프로그래머를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 한편 프로그래머보다 몸+손가락이 편한 직업이 얼마나 될까 싶다.

키보드가 가지는 의미가 무얼까? 왜 프로그래머에게 키보드가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단지 내가 좋은 키보드를 사고 싶으니까 같은 개소리는 하지 않겠다... 흠흠)

오타 줄이기: 키보드가 고급이면 여러 키가 동시에 눌린다. 여러 키가 동시에 눌려도 제대로 동작하는 키보드를 처음 만났을 땐 이를 느끼지 못한다. (내 경우엔 그랬다.)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고서는 여러 키를 애초에 동시에 누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급 키보드를 쓰다 보면 어느 샌가 나도 모르게 동시에 누르고 있고 저급 키보드로 돌아가기에 그땐 이미 늦었다. '애초에 처음부터 고급 키보드를 안 쓰면 되는 것 아닌가?'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틀릴 수도 있다. 나는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여러 키를 동시에 누르고 있다. 이런 볼품 없는 블로그 글을 쓸 때도 말이다. 왜? 몰라 나도. 손가락이 그게 편한가보지. (이멕스가 그게 편하던가.) 나는 거짓말을 해도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즐겁기: 일을 하면서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일이 즐거우면 나도 기분 좋고 그러면 왠지 일도 더 잘 될 것 같으니까. 하루 종일 모니터만 바라보며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모니터가 엄청 좋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일을 하거나, 엄청 쿨한 소프트웨어를 쓰거나,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옆에 갖다 두거나, 엄청 쿨한 키보드를 쓰는 것이다.

역시 오늘도 별 내용 없이 끝.

2018-04-04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