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랙 (한재윤)"
처음엔 뭔가 그럴싸한 걸 이야기하는 듯 싶다가 흐지부지 끝나버린 책.
그렇지만 하고 싶어 하는 말이 뭔지는 알겠다. 불운이라 생각했던 사건도 시간이 지나 돌이켜 생각하면 행운이라고. 어느 정도 공감은 간다.
큰 변화 없이는 큰 행운을 얻기 어렵다. 하지만 큰 행운을 얻고 싶다는 이유로 평온한 삶에 큰 변화를 일부러 주지는 않는다. 보통 그런 큰 변화는 거부할 수 없는 불운이 닥쳤을 때에나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그때가 큰 행운이 다가올 수 있는 빈틈(크랙)인 것이다.
"그건 영화니까 그런 거 아닌가요?" "아뇨.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드라마 같은 게 우리의 인생이죠."
정말 그렇다.
난 아무 잘못이 없고 오로지 세상이 잘못된 거라고 부르짖었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해고든 실연이든 내 탓이라는 자책감이 내 속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누구든 상황이 꼬이면 비슷하게 생각할 것이다. 나도 그랬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어떻게 했다면 이런 힘든 상황을 피할 수 있었을지 생각했다. 그렇지만 대단히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없었다. 나는 잘 지내왔고, 내게 닥친 어려움은 내 선택과는 별개로, 그냥 닥친 것이었다. 힘든 건 나겠지만 그렇게 만든 건 내가 아니었다.
그래. 맞아. 내 잘못이 아니야. 인간의 영역에서 나는 할 수 있는 만큼 다 했다.
최선을 다하면 그걸로 끝이다. 과정까지가 우리의 몫이고 결과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마음 속에 담아 왔던 생각인데 책으로 읽으니 반갑기까지 하다.
운이 찾아오는 과정 중에 반드시 나타나는 또 하나의 신호가 ‘나에게 영향을 끼칠만한 새로운 사람이 나타난다’는 거라는데, 마침 등장한 게 은서였다.
나도 환경이 변하고 새로운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운이 찾아 오고 있는 것일까? 😋
2025-11-01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