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 피플 (정세랑)"
내가 김애란 작가의 작품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지인이 추천해 준 책이다. 신선하고 대담한 형식의 책이었지만 대신 인물들의 입체감이 희생될 수밖에 없었다. 그 아쉬운 포인트 빼고 전반적으로 재미있었다.
그때 자기도 모르게 수정은 울컥하고 울었다. 나중에 이날을 기억할 때 엄마가 도는 저 모습이 기억날 거란 걸 수정보다 수정의 눈물기관이 먼저 깨달은 것 같았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먼 훗날 지금 이 순간이 생각 나겠지? 그립겠지? 그럴 때 나는 별 생각 없이 사진을 찍곤 한다.
음식에 유통기한이 있는 것처럼, 약에 유통기한이 있는 것처럼 생색에도 유통기한이 있었다
하하하하하 맞다. 생색도 낼 수 있을 때 적당히 내야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찬주의 얼굴이 많이 상해 있었다. 열네살 많긴 해도 액면가는 윤나보다 조금 들어 보일 뿐이었는데 그새 얼굴이 나이를 많이 따라잡은 상태였다.
가끔 거울을 보다가 나이 들며 바뀌는 내 모습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그런 놀라움이 쌓이는 게 삶이 아닐까 싶다.
요즘 젊은이들은 존경할 만한 어른이 몇 없어서 조금만 멋져 보여도 신이 나버리는 것이다
조금 멋져 보이고 싶다. 그러기엔 너무 아무 것도 없이 나이를 먹기는 했지만.
역시 대답을 안 한다. 지은은 다른 건 다 지선과 함께 쓰면서도 컴퓨터만은 따로 썼다. 아무리 언니라지만 뇌를 함께 쓸 수는 없다고 했다.
옳소! 하지만 지선에게 가상화 도구를 소개했다면 어땠을까? 😂
다른 걸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숨만 쉬며 공부만 하면 엄마의 생활비에 얹혀살 수도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영화도 보고 여행도 가고 연애도 하고 옷도 사고, 스물두살 나이를 스물두살답게 살고 싶어서 찾은 게 임상시험 아르바이트였다.
나도 마흔두살 나이를 마흔두살답게 살고 싶다. 이미 그럴 기회를 놓쳐 버린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생존훈련 같은 거 전혀 그립지 않았는데 왜 여기까지 왔지? 이제 대체 뭘 해야 하지? 멀리 갔지만 특별히 미래가 보이지는 않았다.
왜 여기까지 왔지? 이제 대체 뭘 해야 하지? 나에게 하는 질문 같았다.
“정빈이 할머니예요?”
“아니, 나는 정빈이 엄만데. 정빈이는 집에 있을 텐데.”
“아줌마, 도와주세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던 장면이었다. 😭 왜 세상이 이런 걸까? 이 어린,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말이다.
2025-03-15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