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언젠가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 책이다. 속세를 떠나 오랜 시간 수행을 떠났던, 그리고 다시 돌아와 불의의 병으로 죽음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느끼고 깨달은 삶의 힌트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엮여 있다. 이미 삶의 절반 가까이, 아니면 그 이상 지난 것 같은데 여러모로 부족한 나는 아직도 이런 삶의 "공략집"이 필요하다.
주옥같은 글귀가 많다. 바로 시작하자. ☕
17년 동안 깨달음을 얻고자 수행에 매진한 결과,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다 믿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그게 제가 얻은 초능력입니다.
우리 마음의 고통은 대부분 외부의 사건으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끊임없이 이는, 즉 우리가 믿거나 믿지 않는 생각 때문에 일어나지요.
가령 나를 계속해서 괴롭히던 고민 대신 호흡처럼 덜 복잡한 신체 활동으로 관심을 의식적으로 돌린다면, 내면의 혼란에서 잠시 벗어나 여유를 찾는 동시에 치유 효과도 누릴 수 있지요.
나는 종종 걱정을 너무 많이 한다. 이것이 진화론적으로 생존에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대부분의 걱정들이 시간 낭비, 감정 낭비, 에너지 낭비인 경우가 많다.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거기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게 언제나 쉽지는 않다. 저자는 덜 복잡한 신체 활동을 제안한다. 역시 마음이 아플 땐 몸을 고쳐야(?) 한다. 😏
하지만 겉보기에 성공한 사람 대부분이 결국엔 깨닫게 되지요. 성공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요.
성공과 행복은 서로 다른 것이니까요.
삶에서 가장 좋았던 일들은 거의 대부분이 제 계획이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것을 지시하고 예측하려 들수록 즐거움은 사라지고 더 괴로워집니다. 긴장할수록 지성의 일부가 사그라질 뿐이지요.
세상이 마땅히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다 안다고 상상한 것이지요. 그런데 세상의 모습이 제 생각과 맞지 않자 울컥한 것입니다. '세상이 이렇게 했어야 한다'는 생각은 늘 저를 작고 어리석고 외롭게 만듭니다.
세상 일은 원래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애초에 그렇게 하기로 약속을 한 적도 없지만, 약속을 했다고 해도 격변하는 세상 상황에 많은 일들은 내 예상을 훌쩍 벗어난 경로로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고 또 염세적인 태도로 일관할 필요까지는 없어 보인다. 빵빵이처럼 별 생각 없이 살다 보면 내 예상을 훌쩍 벗어난 운빨이 찾아오기도 하니깐. 🤭
스님은 사랑 대신에 몰혐오(non-aversion)라는 단어를 즐겨 썼습니다. 몰혐오는 따뜻함이 솟구치는 말은 아니지만 좀 더 현실적인 목표일 수 있습니다.
내려놓으라고 말해야 할 상대는 자기 자신뿐입니다. 그때만 유일하게 효과가 있지요.
나와 다른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 것, 말 그대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 부끄럽게도 내가 정말 못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내가 보기에 부도덕하거나 편협하거나 무례한 언행을 하는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을 수 있는지 아직도 잘은 모르겠다. 당연히 그들을 나의 믿음이나 생각대로 바꾸는 건 불가능에 가까우며, 나의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건 유일하게 나 자신뿐 아니던가.
사실 이 책이 나의 관심을 끈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였다. 내 안의 수많은 미움들이 혹시 나의 틀림에 기반한 것은 아닐까, 혹시 명쾌한 설명이 있을까 하는. 아쉽게도 이 책에 그것에 대한 가르침은 없었다. 난 여전히 그런 사람들을 멀리하는 고전적인 방법으로 나의 미움을 가려 두고 있다. 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딱히 다른 방법도 모르겠다. 몰혐오라... 🤔
육신은 본래 이따금 아프기 마련이지요. 운이 좋으면 노년까지 살지만 결국엔 죽습니다.
이따금 어리거나 젊은 친구들이 세상을 떠나는 뉴스를 접할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나도 언젠가 죽는 건 마찬가지일 테지만 그래도 더 새로운 걸 경험하고 느낄 기회가 그들에겐 없었던 것이니 말이다. 아직까지 특별히 아프지 않고 살아 있는 나는 운이 좋다. 또 태어나고 싶다는 말은 아니다. 🤐
오랜만에 다양한 생각을 이끌어 준 재미있는 책이었다. 🤗
2023-05-26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