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제가 하루키보다 낫습니다

"달리기는 제가 하루키보다 낫습니다 (박태외 aka 막시)"

코로나 시기에 맞춰 요즘 달리기에 푹 빠져 있다. 그렇다고 달리기를 푸욱 할 수 있는 몸은 아니고, 몸이 따라 주지 않는 만큼은 유튜브나 책 같은 다른 경로를 통해 달리기를 즐기고 있다. 이 책도 그 중 하나로 아마추어 러너가 여러 곳을 달리며 적은 글이다.


샌프란시스코는 태평양을 건너야 하니 그만큼의 돈과 시간이 필요했지만, 직장, 가정, 시간, 돈, 여행을 위한 조건 중 무엇 하나 내 맘대로 되는 건 없었다. 그 와중에도 시간은 묵묵히 제 길을 갔다.

우리가 코로나니 뭐니 하면서 발을 동동 굴리고 있는 지금도 시간은 묵묵히 간다. 우리의 죽음은 점점 다가오고 남은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이 "남은 시간"에 무얼 하면 잘 한 걸까?

우리는 하루키처럼 소설을 쓰는 작가는 아니지만, '나의 삶'이라는 각자의 예술품을 만드는 특별한 작가가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잘 달릴 수 있는지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내가 보는 대부분의 달리기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달리기는 '삶의 의미'를 느끼게 해 주는 도구일 뿐이고, 빠르게 달리던 느리게 달리던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여행을 가서 좋은 날이 아니라 뭘 하든 좋은 9월 말이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그건 워낙 책을 읽지 않으니 이때라도 읽으라는 구호일 뿐이다.

뭘 하든 좋은 9월이 다가온다. "여행"을 계획해 볼까? 정말?

우리나라든 해외든 도시마다 달리기를 하며 한 달씩 살고 싶은 소망이 생겼다. 그날이 기대되지만 빨리 오기를 바라진 않기로 했다. 빨리 나이 들 이유는 없으니까.

나도 국내에서 달리기를 하며 돌아다니고 싶다. 하지만 나도 그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빨리 나이 들 이유는 나에게도 없다. 😏

달리지 않는 사람들과 여행할 때 달리기를 하고 왔다고 하면 대체로 영혼 없는 말을 한다. "대단하다."

ㅋㅋㅋㅋㅋ 왠지 나도 그런 말을 했을 것 같다. 영혼이 없어서 기억은 안 나지만.


다른 것들은 운동이지만 달리기는 여행이다.

달리기는 다른 많은 운동과는 다르다고 요즘 생각한다. 새로운 곳에 갈 수 있고,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다. 사실은 여행이다. 내 가까운 주변 세상으로의. 같은 곳을 달린다고 항상 같지 않다. 맑은 날 다르고, 흐린 날 다르고, 비 오는 날 다르다. 나 기분 좋은 날 다르고, 심란한 날 다르다. 응애응애 태어났을 때부터 공 없이 달리는 게 이렇게 재밌는 것인 줄 미리 알았다면 진즉에 많이 했을텐데. 그땐 몸도 더 멀쩡했으니깐. 그래도 삶의 반이 남았다. 남은 기간 동안이라도 많이 하고 싶다.

자전거, 산책, 등산 등 운동을 가장한 여행은 많다. 다들 다음 타겟이다! 😉


우중런 🥰

비 오는 날 달리기는 특히 엄청 좋다. 다만 춥고 으슬으슬한 날 많은 비가 오는 건 별로다. 몸이 풀리지도 않았는데 비를 맞고 시작하는 건 아직 내겐 좀 벅차다. 정말 좋은 건 비가 올랑말랑 하는 날이다. 그런 날이면 재빨리 준비운동을 하고 집을 나선다. 나가서 뛰고 있으면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하고, 그때! 비가 오면, 정말, 진짜, 혼또니, 리얼리 좋다.

비가 오면 당연히 상대적으로 미끄럽다. 속도가 빠르다면 줄여야 한다. 그런데 난 원래 속도가 빠르지 않기도 하고, 그런 날이면 집에 천천히 가고 싶어서 속도가 자연히 줄어든다. 😋

혹시나 해서 이야기하지만 비가 많이 오는 날 범람할 수 있는 하천에서 달리는 건 절대 안된다. 다른 주의 사항은 아래 영상을 참고하자.

장마철 달리기 이렇게 하세요! (마라닉TV)
youtu.be/shJkLkKlozc

진짜 짜릿한 건 비오는 날

이거 때문에 우중충한 날이면 아이러니하게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

2021-08-17 씀.